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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한 인상의 중년인은 책을 덮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중원 최대의 무인 집단인

천왕성의 성주이자 절대십객 중 일 인인 백천검(百千劍) 천기우(天氣羽)였다.이미 팔십

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여전히 삼십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오

약화는 성주의 그런 모습에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심유한 두 눈은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생각했다.”조금 전에

여랑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천기우의 말에 오약화는 약간 어깨를 움직였다. 그

슬쩍 본 천기우는 다시 말했다.”혼인에 관한 이야기였다.”오약화는 천기우의 말에 자

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알 수 있었다.”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구나, 너

는 어릴 때부터 여랑과 함께 자랐으니 누구보다 여랑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그 아이

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천기우의 말에 오약화는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천기우는 다시 말했다.”마음에 두고 있는 아이가 있다는데 고

민이구나. 도대체 어떤 무가의 자손이 우리 아이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정녕 알지 못

하느냐?”천기우의 말에 오약화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떤 무가의

자손도, 그렇다고 권문세가의 자식도 아니었다.”낭…, 낭인입니다.””……!”오약화의

말에 천기우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표정이 굳어 갔다.”그 말이 사

실이냐?””그렇습니다.””죽…여라.””네……?”천기우의 말에 오약화의 표정이 굳어 갔다.

“낭인 같은 하찮은 무리에게 정을 주었다면 망설일 가치가 있겠느냐, 그런 사람을 맘

에 두고 고생을 할 바에는 차라리 죽여서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성주님.”천기우의 말에 오약화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천기우가 그만 나

가라는 손짓을 하자 오약화는 공손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문화궁으로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어리석게도…, 차라리 평민의 자식이었다면……!’그날 밤

천왕성을 빠져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하나의 작고 가냘픈 그림자는 천왕성의 지리

를 잘 아는 듯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천왕성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그림

자를 따라 백여 개의 그림자가 뒤를 따라나섰다.원한은 그림자를 만들고노고산에 올

라온 남궁우는 허무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럴 수가……!”그가 바라보는 노

고산의 넓은 공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가 가버린 흔적만이 남아 있었

다. 여기저기 타다 남은 나무들과 취사한 흔적들, 그리고 천막이 자리한 곳에 누워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