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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무의미하다. 내가 그들에게 반격하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나를 완

벽히 멸할 것이다.이제야 간신히 완전히 내 것이 된 육체도 자유도, 모든 것이

――무의미.생각해라. 생각하는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종언

기사단은 기어가는 나를 둘러 싸듯이 산개한다. 상대에게 방심은 없다. 하지만

나를 강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강적이라고 인식했다면, 이렇게 기

어다닐 틈도 없이 끊임없는 연속 공격으로 멸했을 것이다.공격의 구실을 주어

서는 안 된다. 1초라도 시간을 번다. 비록 그것이 모두 허사였다고 해도 그

것이 최선이다.다리에 입은 상처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구울』이었을 때는

좀 더 나았다. 위계 변이로 강화된 것이 단점이 되었다.알랑거리는 눈으로, 정

면에서 나를 몰아넣는 종언 기사의 남자를 올려다본다.이전에, 엔게이에서 언데

드 의혹을 제기했던 남자다. 확실히 센리는……네빌라라고 불렀던가.필사적으로

호소한다.”하아, 하아……나, 나에겐, 생전의, 기억이, 있어””아아, 그렇다며. 센리

에게 들었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무덤을 만들었다며. 무덤을 파내는 거면

몰라도, 무덤을 만드는 괴물은, 들어본 적이 없어””이, 인간도, 덮친 적은, 없어. 덮

칠 생각도, 없다고!””아아……그래서?”완벽하다. 눈앞의 남자는 완벽한 종언 기사다

. 내가 상상하던 냉철하고 최강인 종언 기사 그 자체다.눈썹은 꿈쩍도 않는다. 하지

만, 엄청난 살의가 온몸을 덮친다.화내고 있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노를 사

고 있다.그들에게, 설령 사람을 덮치지 않는다 해도 괴물은 괴물인 것이다. 그 또

한, 이 세계를 지키는 자로서는 옳다.”센리는, 나를――””괴물이, 그 녀석의 이름

을 부르지 마!!””읏……!?”귀신과 같은 형상이었다. 눈이 크게 뜨이고, 그 입술이 떨

리고 있다. 메이스를 쥐는 손에 너무 힘을 넣어 새하얘졌다.옆에 있던 검을 든 남자도

, 활을 든 여자도, 지팡이를 든 남자도, 모두 화가 난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뭔가 하나라도 기회가 생기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그, 그녀가, 날, 판 건가……?”

“그럴 수, 있으면, 우리는 고생하지 않아. 센리는 끝까지 너를 감싸고 있었어. 하지

만, 우리 스승은 만만하지 않아”다행이다. 그 말에 조금만 구원받는다.나는 그녀의

자비심을 믿었다. 이용한 것은 확실하지만, 믿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아무런 도

움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이 믿었던 것에 배신당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이 자리를 벗어날 수단은 생각나지 않는다. 무기도 없다.눈앞에 다가온 네빌라의

표정이 한순간,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메이스를 쥐지 않은 왼손이 마치 부축해

일으키려는 것처럼 내밀어진다.”네놈의 처지는 동정한다. 눈을 뜨니 괴물이 돼

있었다니, 악몽에도 정도가 있지. 그치?”왼손에는 빛의 힘이 가득 차 있었다, 닿

으면 한순간에 정화되어 버릴 것 같은 강한 빛의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