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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은 장항의 손을 더욱 세차게 잡았다. 하지만 장항의 손은 차갑게 식어갔다.초일은

홍림의 붉은 흙으로 만든 무덤을 바라보았다. 묘비도 없는 장항의 묘였다. 어느새 해는

서산에 걸리고 있었다. 산이라 해가 다른 곳보다 일찍 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약속하지, 나는 천하 제일인이 될 것이네……!’그림자를 만들어내며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던 초일은 중얼거렸다. 이제 그에게 동생을 찾는 일이 아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기물은 생각지 않은 자에게 들어간다천왕성에서 온 한 무리의 무사들이

장사에 있었다. 장사는 오래전부터 호남성의 성도로 유명한 도시이지만 무림인에게

장사는 또 다른 이름으로 유명하다. 바로 묘용 세가(墓容世家)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천여랑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정갈하게 꾸며진 방 안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천여랑은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

에는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던 초일의 얼굴이 떠올랐다.”초 가가……!”천여랑은 자신의

수혈을 짚던 그의 손길과 그 순간 슬픔에 젖어 있던 그의 눈빛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

다. 숨 막히는 고통이 전신을 타고 밀려왔던 것이다.”일어나셨군요.”천여랑은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백의를 입은 이십대 초반의 아름답게 생긴 소저

가 들어오고 있었다.”누구……?”천여랑의 말에 그 소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묘

용혜금(墓容蕙芩)이라고 해요, 여기는 묘용 세가구요. 언니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

뻐요.”천여랑은 묘용혜금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을 보던 묘용혜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놀라실 필요는 없어요. 이곳은 묘용 세가예요, 여기는 제 방이구요. 그리

고 오라버니가 일어나시면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참! 천왕성에서 사람들이 와 있어요

, 그분들도 언니를 기다리고 있어요.”묘용혜금의 말에 천여랑의 얼굴이 어둡게 변해갔다

. 묘용혜금은 천여랑의 옆에 앉아 천여랑의 손을 잡았다.”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

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 초일이라는 악적은 죽었을 테니까요.”묘용혜금의 말

에 천여랑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묘용혜금은 초일이 자신을 납치했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다고 생각했다.”파천단은…, 파천단은 돌아왔나요?”천여랑은 걱

정스런 마음에 파천단의 소식을 물었다. 그들의 소식을 안다면 초일의 생사도 알수

있기 때문이다.”아니요, 아직 파천단의 소식은 없어요. 하지만 오늘 안으로 소식

이 올 거예요.””그렇군요……!!”천여랑은 묘용혜금의 말에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